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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독서록

마비된 세계, 그리드락이 지배한다.

by 펀패밀리 2009. 9.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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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차점에서 발생하는 교통정체 혹은 어찌하지 못하는 상황,  블록 퍼즐 게임을 의미하기도 한다.

컬럼비아대학교 법학교수인 Michael Heller
"자본주의의 절대명제인 '소유권'과 권리의 지나친 세분화가 어떻게 자원활용을 방해하고 옴짝달싹 못하게 세상을 마비시키는지 인식하고 올바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고 주장한다. 


 공유재의 비극 vs 반공유재의 비극


자본주의는 공유재, 즉 바다의 어류와 같이 누구나 이용가능한 자원을 '남용(overuse)'함으로써 고갈되는 "공유재의 비극(Tragedy of commons)"을 막고자 '사유화'라는 처방을 찾았다(부분적으로는 국유화).
그러나 특허와 지적재산권, 토지의 사유화, 자원이용에 대한 각종 규제와 절차 등은 각주체의 합리적 행동에도 불구하고 최적사용 혹은 아무도 이용하지 못하게 하는 "반공유재의 비극(tragedy of anticommoms)"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라인 강은 중세시대 중요한 무역항로였지만 13세기 귀족들이 144km의 짧은 구간에 수많은 성을 짓고 각자 통행료를 징수하면서 결국은 수백년 동안 모든 사람이 피해를 보고 아무도 이용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 사례가 전형적인 반공유재의 딜레마를 보여둔다고 설명한다.

 

  반공유재의 미활용에 대한 인식이 해결의 출발점

저자는 라인강의 비극이 과거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지적한다. 자본주의는 공유재의 비극(남용)을 자원의 사유화를 통해 자원보전과 가치있게 활용하기 위해 노력하였지만, 오히려 반공유재의 미이용으로 초래되는 엄청난 손실은 인식하지 못한다고 주장한다.

흔히 공유재의 반대를 사유재산, 공유재의 남용과 사유재산의 최적활용을 대비하는 인식체계를 가져왔는데, 소유권의 완전한 스팩트럼은 "공유재(남용)-사유재산(상용)-반공유재(미이용)"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공유재(anticommons)와 미이용(underuse)이 정식 영어단어로 등록되지 않은 것처럼 이 문제를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에 해결책을 찾으려 하지 않는다고 한다(저자의 지적처럼 MS Word에 단어를 입력해보니 빨간 밑줄이 나타난다).



 반공유재 비극의 수 많은 사례들

저자는 시대를 넘어 서는 다양한 영역의 반공유재 비극의 다양한 사례를 보여준다. 미국의 빅인치 경품사례, 흑인농장 소유권의 98%가 백인에게 넘어가게 만든 토지분할 상속권, 인디언 원주민의 토지권리 분할에 따른 비극, 라이트 형태의 특허분쟁으로 초기에 촤초위기에 놓였던 미국의 항공산업, 러시아의 텅텅 빈 상점과 넘쳐나는 가판대와 러시아 마피아가 득세하였던 이유, 3백년 넘게 공유재와 반공유재를 넘나들면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굴해적에 도적질당한 미국의 굴산업, 선진국인 일본 국민이 좁은 주거공간에서 버둥대며 버틸 수 밖에 없게 만든 미국의 잘못된 제도이식 등등 수도 없이 많다.  

생명공학의 신약개발이 어려운 이유 : 생명공학 분야의 '특허덤블'로 인해 신약개발의 길이 막혀 있다. 제약회사들은 신약개발보다 상대회사의 신약개발을 막는 소송에 기꺼이 열중한다. 모든 특허권을 모으고 협상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기술이 없는 것이 아니라 특허괴물의 천문학적 비용을 감당할 수 없다.

블록파티와 바나나공화국 :  대도시에서 토지개발은 불가능하다. 기존 소유주는 자신의 토지가 훨씬 높은 가치가 있고 결코 협상에 협조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어디서든 아무것도 지을 수 없다(Builde  Absolutely Nothing  Anywhere Near Anyone : BANANA)".

볼만한 영화도 들을만한 음악도 없다 : 영화와 음악 제작자를 가장 공포에 몰아 넣는 것은 지적재산권 소송이다. 킹 목사의 기념비적인 다큐멘터리는 TV, DVD에 대한 저작권 '권리 정리(clearing rights)' 때문에 20년이 넘게 걸렸지만 결국 온전한 형태로 공개되지 못했다. 음악에 대한 권리정리의 비용과 소요시간은 상상을 초월한다.

미국의 이동통신은 왜 엉망인가 : 미국 소비자는 가장 느리고 비싸고 안정성이 떨어지며 심심하면 끊기는 이동통신을 이용한다. 이는 기술적 한계가 아니라 통신정책 때문이다. 주파수 대역의 90%가 미활용되고 있다. 또한 광역대 통신망 구축작업이 경쟁회사의 특허소송으로 가로막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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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공유재의 비극을 해결하는 노력


저자는 소유권과 권리의 규정에 있어 정부와 정책 입안자가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특허와 지적재산권 법률 제정과 주파수 대역의 인허가 등이 중요한 사례다.

다른 지역과 분야와 비교해 자원활용이 정체되어 있거나 행정처리가 지연되는 부분이 없는지 모니터링 하라고 주문한다. 규제당국은 그리드락의 피해와 아무 관련이 없기 때문에 둔감한데 '원스탑민원서비스'와 '승인간주' 등의 해결사례가 있음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소유권과 권리를 쉽게 모을 수 있는 '특허풀'을 만들어서 쉬운 권리 정리수단을 제공해야 한다. 

더 이상 참을 수 없을 정도가 되면 정부가 적극 개입하여 기존의 소유권과 권리를 몰수할 필요도 있다. 사회적인 자발적 합의와 험담, 평판 등 비전통적 규범도 중요한 해결책이다. 심지어 미국정부가 반덤핑이 아니라 친덤핑 정책이 필요할 때도 있다고 주문한다.

정부 지원 하에 개발된 신기술의 특허등록 제한, IBM의 특허소스 공개와 인간게놈 정보의 세계적 공유와 같이 사유화를 제한하거나 공유하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결국 적정한 수준의 소유권과 권리의 사유화를 통해 경쟁이 촉진되고, 새로운 시장 가치가 충분히 형성될 수 있도록 감시와 제도개선을 지속적으로 하라는 것이다.


  이 책을 읽는 재미와 불만 그리고 잡념?

다양한 분야의 신조어에 다소 머리가 아프지만 역시 독서의 기쁨은 새로운 지식과 깨닭음이다. 번역에 대해서는 다소 불만인데, 원문을 병기했기만 한국식 표현이 도대체 가슴에 와닿지 않는다. 그 만큼 한국사회에서 이 문제에 대한 연구가 없었다는 반증일 것이다.

저자는 미국의 통신시장 사례에서 한국과 일본을 칭찬하고 있다. 맞는 말일 것이다. 그리드락을 해소하는 다양한 사례도 있는 듯 하다. 재개발사업, 백신업계의 활발한 소스공개, 요즘 지자체들이 광고하는 '원스탑민원서비스' 등

또한 책을 읽으면서 수많은 잡념들이 머리를 지배했다. 한국사회에 투영해 보면 그리드락 문제에 있어 선진국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해결방법에 있어서 가히 폭력적이고 비타협적이며 국민의 좌절과 분노를 아무렇지 않게 치부해 버리는 것은 아닌지....

MB정부의 지적재산권을 빙자한 사이버 규제정책과 온라인 활동 위축(사찰수준이란 것이 문제)
4대강사업의 추진과정에서 빚어진 팔당친환경농가의 경작지 강제수용(정말 참을 수 없을 정도의 최악의 상황에서 이루어진 최후의 수단인가? 아니다!)
최근 '해운대'의 불법 업로드로 인한 지적재산권 논란(불행한 일이다! 반성!)
걸핏하면 이슈가 되는 음반표절 문제(한국 작곡가들은 소송을 항상 염두에 두며 두려움에 떨고 있는가? 글쎄)
재개발사업에 어김없이 들이대는 공권력과 용산참사(항상 무리한 집단요구로만 몰아붙인다)
중소기업이 개발한 특허를 어떻게든 빼앗고 마는 대기업(책에 등장하는 러시아 마피아와 같다) 
어느 지역이라 욕할 수 없는 만연한 님비현상와 토지 알박기 사례
그리고 나 역시 알게 모르게 비싸게 대가를 지불하고 있을 각종 특허 괴물의 비용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