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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속으로

봄의 문턱에서 만난 할미꽃

by 펀패밀리 2010. 9. 29.

을에 왠 봄타령일까요? 오늘 날씨가 제법 쌀쌀하더군요. 바람이 차서 몸을 한껏 움추리고 옷깃을 여미게 되더라구요. 더위를 못 이겨내 밤잠을 설친 것이 얼마 전인데 세월은 결코 따라 잡을 수가 없나 봅니다.

벚꽃이 흩날리던 어느 날 집 앞의 나즈막한 동산에 올라 봄을 맘껏 느끼던 시간이 갑자기 그리워졌습니다. 사진이 불러온 향수병이겠죠.

린 시설 이후 좀 처럼 보지 못했던 할미꽃을 보았습니다. 양지 바른 곳에만 피는 꽃이죠. 초봄에 피기 때문에 추위를 이기기 위해 몸에 잔털이 나는 모양입니다. 억세게 운이 없는 운명을 타고 났어요. 이렇게 이쁜 얼굴이 할미에 비유되다니. 이해할 수 없습니다.




산에서 마을 공원을 내려다 보니 벚꽃이 만개했습니다. 그리고 이른 봄에 서둘러 얼굴을 내민 야생화도 볼 수 있었습니다. 이름을 다 알지는 못하지만 어떻습니까. 마음으로 보고 행복해 하면 그만이지.




덕분에 겨울 내내 집에서 답답하게 지내던 하늘이도 오랜만에 외출을 했습니다. 아직 두꺼운 겨울옷을 입기는 했지만 분명 즐겁고 행복했을 겁니다.




2010년의 봄은 이렇게 시작되었는데 벌써 10월이 옵니다. 이제는 세월에 얹혀 실려갈뿐 다른 방도는 없는 듯 합니다. 주름의 숫자 만큼 풍경의 그리움이 깊어지는 모양입니다. 그래도 겨울은 왔으면 좋겠습니다. 설원의 언 땅에서 차분하게 한해를 마무리하고 싶군요.